퇴사를 하고 한동안은 이직을 고민하지 않고 트레이딩에만 매진했는데 그때가 아마 이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쯤이었다. 그리고 한 반년 정도 나는 어떤 때는 돈을 벌기도 하고 잃기도 했는데 결국은 거의 0에 수렴하던 시절이었다.
돌이켜보면 반년 동안 수입이 0인 상황인데도 오히려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구상만 하고 있었던 여러가지 트레이딩 전략들을 시험해볼 수 있었고
평일 낮동안의 평온한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지금은 트레이딩으로 돈을 잃고 있어도 곧 다가올 미래에는 지금 잃고 있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었다.
퇴사를 생각하던 그때 나는 회사에서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대단하기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절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는 절대 천재같은 부류의 사람도 아니다. 사실 그 많은 일들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미래의 나를 미리 가져와서 소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기 때문에 미래의 나를 소모하는 일에는 반드시 댓가가 따른다. 회사는 여전히 내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나의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꼈다. 정말 나는 분노와 회의로 괴물이 되기 직전이었다.
매일같이 트레이딩을 하고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투자손익을 행복의 크기와 동일시하게 되는 때가 있다. 돈을 벌면 행복하고 돈을 잃으면 불행하다고 느끼게 된다. 해결책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는데 트레이딩 안에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어차피 트레이딩을 하면 앞으로도 돈을 벌고 잃는 날들이 반복될텐데 그럴때마다 행복과 불행한 순간들이 오고 간다면 그게 괜찮은 삶일까? 트레이딩을 하지 않을 때는 트레이딩 생각을 온전히 비우는 연습을 한다. 가끔은 트레이딩을 아예 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