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시장에서의 소음과 생각의 근원

by 오늘밤날다 2021. 8. 6.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열어

간밤의 환율과 해외증시 그리고 포털사이트에서 상위에 노출된 주식 관련 기사들을 확인한다.

그러나 나는 정말 궁금한 일부 기사를 제외하고는 절대 본문을 읽어보지 않는다.

 

그렇게 오늘은 어떤 기사들이 올라왔는지 확인하고 출근하면

거의 예외없이 그날 어떤 누군가는 기사 내용을 이야기하고,

단체 카톡방에는 기사의 링크가 올라온다.

심한 경우에는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에 어떤 사람들은 기사의 내용을 그대로 온전히 본인의 사고로 받아들여서

마치 본인의 생각인 것처럼 주변에 이야기하고 이야기는 다시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확산된다.

 

이런 상황을 심심찮게 많이 보아왔다.

작년엔 대주주 양도소득세때문에 3/4분기부터 연말까지 주식이 폭락할 것이라는 괴담을 대단한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거나

추정치이거나 출처가 명시되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하여 대주주 양도소득세의 대상이 되는 삼성전자 소액주주가 몇명이라면서

이들이 과세를 피하기 위해서 매도물량이 쏟아질 것이라고 한다든지…

 

1 초에는 주식을 모르시는 부모님께서

대출을 받아 삼성전자를 사겠다고 말씀하시길래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여쭈어보니 '올해 안에 12만원 간다'라는 것이었다.

정말 섬뜩한 기분이었다. 왜냐면 12만원이란 숫자는 연말부터 주변 사람들에게서 많이 듣던 수치였기 때문이다.

이후 선물 매수포지션을 잔뜩 잡고 있던 나는 일부 포지션을 정리했다.

 

생각해보면 주식시장이란

거대한 + 합법적인 + 도박판 다를 바가 없다.

베팅 금액을 올려서 상대방을 겁에 질리게 해서 포기하게 만드는 것처럼 엄청난 물량을 시장가로 밀어 스톱로스를 터트려 버리고

차트 추세를 장대음봉으로 이탈 시켜놓고 다음날 갭상승으로 곧바로 복귀 시킨다든지...

공짜로 손쉽게 구할 있는 증권사 리포트라는 때마다

카지노에서 나를 이겨 나의 돈을 가져가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상대방이

나에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카드 몇개를 알려주겠다고 하는 기분이다.

 

목표가 상승은 '우리는 미리 싸게 많이 사놨거든요. 이 목표가에 니들에게 비싸게 팔고 싶다.'라는 것 같고

목표가 하향은 '이 주식 사고 싶은데 쫌 비싸네? 당신들 들고 있는 것들 싸게 좀 내놓으시죠!!! (강도?)'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주식을 시작하고 처음 샀던 주식은 YG엔터테인먼트였다.

주식을 샀던 '미래를 예견하는 대단하고 놀랍게도 합리적인 나의 생각' 이랬다

  • 중국의 유명한 기업이 YG 투자했다.
  • 가수가 아닌 유명한 개그맨이 YG와 계약했다.
  • YG MCN 미래를 보고 있다.
  • MCN 유망한 산업이다.

놀랍게도 열받아서 시장가로 집어던져서 손실을 확정한 그 어떤 날까지 나는 단 한번도 계좌에 빨간불을 보지 못했다.

내가 가격은 고점이었기 때문이다.

MCN이란 단어를 알지 못했던 내가 어느 새인가 MCN 미래를 논하고 었고 그 산업의 미래 뿐만 아니라 그 기업의 미래가치를 확신하고 있었던 것도 놀랍다.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지만 돌이켜보면 아마 이런 흐름이었을 확률이 매우매우 높다.

  • 뭘 살지 고민하다가 우연히 기사나 TV에 나온 빅뱅을 보고 YG엔터테인먼트를 생각하게됨
  • 네이버 종목게시판이나 포털사이트의 기사 등에서 그 어떤 누군가가 언급한 외국투자자본부터 시작해서 MCN으로 이어지는 논리를 무지성으로 받아들임
  • 믿음을 강화하고 또 강화함
  • 매수버튼을 누름
  • 사고나서 인지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MCN산업과 YG에 대해서 공부하고 또 공부함

분명히,

시장에는 누군가에 의한 불특정다수를 낚거나 생각의 방향성을 강요하기 위한 궁극의 광역기술이 존재하고,

이 궁극의 광역기술은 기본적 분석을 토대로 한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들을 상대로 더 가혹하게 작동하는 느낌이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쉬어가기  (0) 2021.09.18
불안적중  (0) 2021.09.13
불안  (0) 2021.09.07
백테스트 PC추가 계획  (0) 2021.08.28
7월 끝  (0) 2021.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