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는 타이밍이고 매도는 예술이다'
주식을 시작하면 접하면서 듣게 되는 가장 유명한 메타포어 중 하나가 아닐까?
이 말이 내포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들을 이용해서 괜찮은 매수시점을 판별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나 매도시점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보편적인 시장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이 말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절대 진리의 명제로 받아들이는데서 시작된다. 이를테면 아무리 애써도 매도는 운에 가까우니 어쩔 수 없다는 자포자기성 투자를 하게 만든다는 거다. 최고점에 매도하는 것은 당연히 예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종종 최고점은커녕 추세가 다 망가지고 원금을 야금야금 잃어가는 상황에 처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좌절감을 합리화하는 데 쓰인다.
나도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하고 몇 번 계좌가 깡통이 되는 내내 저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매매의 성패 여부를 결정짓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매수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전략들을 만들고 때려 부수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형성된 개인적 견해로는 그 전략의 진입방법에 따라 주된 청산방법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약 고점 또는 저점을 넘어설 때 진입하는 전형적인 돌파매매 유형의 전략 A가 있고 보조지표의 오실레이터가 바닥 또는 고점에서 전환할 때 진입하는 전략 B가 있다고 가정하고 양자를 비교해보면 청산 시점과 관련되어 여러 가지 변수들을 백 테스트할 때 두 전략이 각각 최적의 결과를 보여주는 매도 방법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전략 A는 아무렇게나 돌파가 일어날 때 진입해서는 수익이 날 수가 없다.
극단적으로 가격이 박스권에서 방향성 없이 움직이고 있다면 가짜 돌파가 일어날 때마다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이동평균선이 정배열이거나 상승 중일 때 등의 방향성이 명확할 때만 진입하겠다는 조건을 추가로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조건이 깨지는 경우, 이를테면 이동평균선의 정배열이 깨지거나 하락으로 전환할 때 또는 이동평균선의 가격을 벗어날 때 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전략 B의 경우는 오실레이터의 전환이 진입방향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 포지션을 청산한다는 것이 기본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바닥에서 오실레이터가 전환되는 시점에 매수한다면 매수 이후 특정 %를 손실이 되면 손실을 확정 짓거나 고점에 도달한 이후 오실레이터가 하락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청산하거나 매수하는 시점에 형성된 저가에 그 전 기간의 변동성을 추가로 고려한 저가 등을 매도 가격으로 설정하면서 가격대를 올려갈 수도 있다. 보조지표의 오실레이터 수치가 전환되는 시점이므로 이 시점의 이동평균선은 아직 방향이 전환되지 않았거나 진입하는 가격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울 수 있기 때문에 전략 A와 같은 매도 조건은 맞지 않을 수 있다.
요는 어떤 철학(?)을 가지고 포지션에 진입하느냐에 따라 청산방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사람들이 매도를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스스로의 매수시점의 이유와 근거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장기투자자니까 2~3년은 들고 있을 거다' 라는 투자자 A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말은 청산 시점을 판단하는 기준을 '시점'으로 정의한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진입 시점의 판단기준 또한 '시점' 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투자자A가 데이트레이딩을 하다가 물려서 장기투자자로 변신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우선 어떤 종목이 가진 '시점' 개념에 2~3년 이라는 '시간'의 개념을 적용해보면 아마 그것은 '시점'과 '시점' 간에 형성되는 그 종목, 종목이 속한 산업, 더 크게는 경제의 사이클이 될 수 있고 그 '시간'은 사이클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기간을 의미한다.
문제는 모든 예측에 대상이 되는 시점이 장기간일수록 그 정확도가 감소할 수밖에 없고 장기간의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현재의 시장이나 산업에 대한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쌓아가면서 단기를 포함한 장기 전망을 계속해서 수정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장기투자자라면 보유하고 있는 종목뿐만 아니라 산업과 경제의 현재 위치와 사이클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나가야지만 그나마 최선의 매도 타이밍을 노려볼 수 있다. 물론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는 이런 거시경제의 변화와 업황에 대한 정보의 먹이사슬 중 제일 끝단에 있는 것이 개인투자자라는 것인데 이런 정보의 한계 때문에 매도는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확률적으로 불리한 투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냥 차트가 좋아 보여서' 라는 투자자 B가 있다면 그는 차트가 좋아 보이는 이유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차트가 좋아 보여서라고 한다면 그 차트가 더 이상 좋아 보이지 않을 때가 매도 타이밍이 된다. 좋은 차트라는 것도 구체적으로 설명이 가능해야만 매도 타이밍을 잡을 수 있고 생각한다. 이동평균선이 정배열이라거나 지난 1년 동안 한 번도 20일선을 깨지 않았다던지 고점 대비 저점의 하락폭이 -10%보다 낮은 수치를 유지해 왔다 하는 것들인데 당연히 이 조건들이 반대가 되면 매도하는 게 옳지 않을까?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율주행자동차의 트롤리딜레마 (0) | 2023.03.25 |
---|---|
메인PC교체 (7950X) (4) | 2023.01.07 |
정전 (0) | 2022.05.14 |
시스템트레이딩을 시작하게 되기까지 (2) | 2022.05.02 |
트레이딩PC 교체 (0) | 2022.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