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시스템트레이딩을 시작하게 되기까지

오늘밤날다 2022. 5. 2. 21:39

 

요즘 내가 시스템 트레이더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자주 든다.

그러다 문득 투자와 관련된 예전의 기억을 찬찬히 떠올려봤다.

 

앞으로도 내가 시스템트레이딩을 하면서 오랜 기간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면

이 글은 오래된 기억에 대한 기록이 될 것이고 반면 시장에서 퇴출당한다면

이 글뿐만 아니라 블로그 조차도 아마 사라지게 될 것이다.


 

 

나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꽤 오랜 기간 동안이 지나서야

겨우 학자금, 마이너스 등의 대출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약간의 돈이 남아있던 나는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돈을 넣었다.

 

성공한 투자자가 되고 싶었다.

좋은 기업의 주식을 사서 오랫동안 투자한다면

정기예금 이자율보다는 괜찮은 수준, 몇십퍼센트 정도의 수익률은 되지 않을까?

 

번의 묻어두기식 투자에 실패한 나는 초조해졌다.

아침마다 튀어 오르는 이름 모를 급등주도 사보고

네이버 종목게시판을 떠돌아다니며 누군가의 그럴듯해 보이는 말을 믿어 보기도 하고

미공개정보(라고 주장하는) 듣고 M&A 관련 작전주도 사봤는데 안타깝게도 성과가 좋지 않았다.

모든 선택들은 실패로 돌아갔고 나는 선택, 매수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을 이상 신뢰할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미중 무역분쟁이 한창이던 그때 시장은 큰 하락을 경험하고 있었고

나는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가지고 다 태워버리겠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레버리지 ETF 샀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 거래가 마지막 투자가 것이라 생각했다.

손실로 거래를 마무리한다면 앞으로 한동안은 투자할 용기가 생기지 않을 같았다.

 

일주일이 지난 시장은 야속하게도 크게 하락했고

나는 투자 역사 가장 손실을 확정 짓고 시장을 빠져나왔다.

당연하지만 나는 거의 최저점 인근에서 손절했고

얼마 시장은 반등했기에 정신적인 고통이 더했다.

 

결과적으로 나의 모든 투자는 예외 없이, 철저하게 실패했다.

 


 

내가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처럼

또다시 투자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문득 내가 실패했던 투자방법들과 다르게, 또는 반대로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옛날과는 완전하게 다른 형태의 투자를 시도해봐야겠다 결심했다.

 

HTS 켜놓고 백개 종목의 차트를 매일같이 공부했다.

시기에는 웬만한 종목 이름만 얘기하면 머릿속에 차트가 바로 그려질 정도였다.

당시 유명한 유튜버들의 영상도 빠짐없이 시청했다.

시중에 있는 투자에 관한 괜찮은 책들도 사서 틈틈이 읽었고

특히 주된 실패의 요인 하나였던 남들이 좋다고 얘기하는 종목은 일부러 쳐다도 보지 않았다.

 

시기에는 정말 다양한 매매를 많이 해봤던 같다.

주로 차트와 모멘텀에 기반한 스윙매매를 주로 했었는데

대형주의 이격도 심화 같은 교과서 같은 매매도 해보고

장 후반에 거래량이 터진종목을 종가 베팅해서 다음날 시초가에 팔고

장이 끝나고 항셍 지수가 급락할 ETF 사서 수익을 내기도 했고

ETF ETN 유동성공급자의 호가가 무너질 순간을 노려서 단기 트레이딩을 하기도 했다.

 

이전처럼 한 번에 큰돈을 잃는 일은 없었고 소소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당시 직면한 가장 문제는

내가 하고 있는 방법들에 대한 장기적인 확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주사위 던지기를 계속할 때 마다 나는 이런 고민들에 빠졌다.

 

언제쯤 괜찮은 수준의 돈을 벌게 될까?

손실이 쌓이는데 방법이 맞는 것일까?

이렇게 해봐도 결국 크게 다를 바 없이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어느 날 문득 지수가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지수의 움직임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다는 깨달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급격한 변동이 없다면 상승할 때 매수하고 하락할 때 매도한다면 수익을 있을 같았고

즉시 엑셀에다가 가격자료들을 받아서 수식을 짜서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결과는 단리로 투자 시 연간 80% 수익이 발생하는 매우 놀라운 수준이었다.

 

들뜬 마음을 감출 없었던 나는 내가 발견한(?) 놀라운 비책,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방법을

주변의 친한 사람들에게 신이 나서 떠벌리고 다녔고 상상 투자도 많이 했다.

 

"80%의 수익률이라면, 1억을 투자하면 1년 후에 1.8억이 되고, 다시 1년 후에 3.2억이 되네.

만일 3억을 투자하면 1년 후에 5.4억이 되고, 또 1년이 지난 후에는 9.8억이 되겠군."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지만 이미 부자가 기분이었다.

우습지만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하나였다.

 


 

역시나 행복했던 순간은 잠시였다.

거래수수료 라는 삥을 반영하고 나니 엑셀 시트에서 보이던 모든 수익은 사라지고 시뻘건 손실만 남았다.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 나는 매일 밤늦게 엑셀 수식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면서 달이 흘렀고

손에는 실망스럽지만 반의 반토막 수준인 20% 정도 수익률의 전략이 남아있었다.

 

상용 툴이 있는지 몰랐던 나는 땅에서 Python API 공부했다.

하지만 맨땅 프로그래밍은 녹록지 않았고 'GUI 따위 개나 줘 버려' 라는 마음가짐으로

MS-DOS시대의 감성으로 Command 창에 print로 온갖 메시지를 찍어내기만 하고

유저 친화력과는 거리가 매우 버그투성이의 프로그램을 가까스로 만들었다.

 

개발초기 시험운영 때

 

 


시장이 급락할 때 특히 몇 번의 금요일 빅쇼트,

그 전략이 꽤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던 날들이 기억난다.

그 이후 처음 파라미터가 뭐였는지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고 

손실이 야금야금 쌓이다가 결국엔 포트아웃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