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손실 (feat. CPI)
올해는 장중에 시스템에 개입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잠들기 전에 CPI 발표로 인해서 10분 만에 나스닥 선물이 5% 가까이 상승하는 걸 보고는 시스템에 개입해서 비중을 줄여놓을지 말지 잠시 고민을 했다. 이후 추가적인 상승이 나오지 않고 꾸준하게 하락하는 경우 연속되는 진입과 손절로 인해 심각하게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전략 상의 취약점이 그제야 떠올랐다. 잠들기 전까지 몇 번의 진입과 손절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서 '오늘은 크게 깨지겠구나' 싶었다. 아마 그때 개입해서 시스템을 중단시켰으면 큰 손실을 회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서 시스템에 개입을 하기 시작한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들이 벌어질 때마다 시스템에 손을 댈 수밖에 없을 것만 같았다. 만일 큰돈을 잃더라도 그 잃은 돈만큼의 교훈을 얻고자 맘먹었다.
결과는?
하루 만에 MDD의 2배를 깨는 흐름이 나왔는데 미국 선물을 거래한 이후로 겪는 단일 거래일의 손실 규모 중 최고 수준이었고 거의 3달 동안 미국 선물로 벌어들인 돈을 하루밤 사이에 잃었다. 미장이 열리기 전에 지표 발표로 인해서 5% 가까이 상승하고 시작한 날의 결과가 어떨까? 5%나 올랐으니까 미장이 열리면 더 상승할까? 아니면 그대로 하락할까? 현실은 2016년 초부터 백 테스트한 자료로는 샘플이 많지 않아서 알 수가 없다.
진입 시간대는 개장 이후로 정해져 있지만 강한 변동성이 나와서 역대급 수준으로 지수가 크게 상승해있는 상태다.
예를 들어 당일의 매수 돌파 가격이 11,860원일 때, 진입시간이 되기 전에 이미 가격이 압도적으로 상승해서 12,300원대까지 도달하고 진입시간이 되었을 때 가격이 다소 하락해서 12,250원이 되더라도 매수 돌파 가격은 11,860원이므로 그 즉시 진입하게 된다. 이후 가격은 추가적인 하락을 보이고 12,150원이 되어 손절처리가 된다. 이후 현재 12,150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수 돌파 가격인 11,860원보다는 높으니까 다시 진입하게 되고 이후 하락에 또 손절하게 되고 이 과정을 현재 가격이 매수 돌파 가격을 하회할 때까지 반복하게 된다.
이 반복이 노란색 부분에서 지속된다. 가벼운 쨉을 한두방 맞을 때는 괜찮지만 어제의 경우 그 가격의 높이가 역대급으로 높았고 내려오는 속도 또한 너무 빨랐다. 적당히 두드려 맞고 라운드가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야속하지만 계속해서 쨉을 두드려 맞게 됐고 그 타격이 쌓여서 결국 단일 거래일의 최대 손실과 MDD를 동시에 갱신하는 기록을 달성했다.
해결 방법은?
이 경우에 진입을 제한하는 필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하는 고민을 해봤다.
첫 번째, 일간 최대 진입 횟수나 최대 손실규모를 강제로 제한하는 방법이다. 정해놓은 수치를 초과하는 경우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않는 방법인데 이 방법은 사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몇 번 테스트를 해봤지만 오히려 전체적인 수익규모를 제한하는 효과가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두 번째, 진입시간 이전에 큰 변동성이 발생하지 않을 것을 필터로 설정하는 방법이다.
이동평균선과의 현재 가격의 이격도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거나 볼린저밴드의 폭이 지나치게 커진 경우 진입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이 된다. 다만, 어제의 CPI 발표 시 10분 사이에 5%가량 폭등한 수준을 커버하려면 꽤 긴 이동평균선 등을 기반으로 하는 지표를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
세 번째, 단기 방향성이 진입하고자 하는 포지션의 방향과 일치할 것을 필터로 설정한다.
사실 위 전략에는 '현재 > 장기 이동평균선'과 같은 필터가 설정되어 있었다. 다만 이 필터가 어제와 같은 상황에서는 무쓸모가 되어버린 경우다. 결국 어제의 개장 이후 흐름은 하락세였고 이 하락세를 잡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이동평균선의 방향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네 번째, 진입을 허용하는 시간대를 더 앞당겨서 지표 발표 시간대의 변동성도 함께 노려보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기존 전략의 성격 상 장기적으로 볼 때 이 방법은 오히려 더 많은 휩쏘를 야기하고 전체 수익규모를 축소하는 효과가 나올 것 같다.
일단 세 번째 방법, 급한 대로 단기 이동평균선의 방향을 추가로 필터로 설정해 보니 어제의 역대급 손실은 피할 수 있는 걸로 보인다. 시간이 되는 대로 나머지 방법들도 테스트는 해보아야겠다.
그런데...
시장님 (Mr. Market) 은 꼭 이렇게 매번 내 계좌를 털어가시고 나서야 깨달음을 주시는 건가